대부분의 전통사찰은 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가스를 포함해 기존의 에너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기에, 전기와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다. 때문에 유가상승과 에너지소비 억제 차원의 전기요금 인상 등의 사회적 요인은 사찰의 유지비용 가중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찰들이 보유하고 있는 산림에 주목해, 사찰들이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전기요금을 50% 가깝게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이 바이오메스 전환을 통한 사찰에너지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24일 오후 2시 불교사회연구소가 개최한 ‘사찰에너지제도 및 소비형태의 고찰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대부분 건물의 경우 난방에너지가 건물에너지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면서 강원도에 위치한 한 사찰을 사례로 들어 “심야전력 도입 초기 비용절감효과를 위해 심야전기난방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지속적 요금인상으로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심야전기요금은 2002년 ㎾h당 29.8원에서 2008년 56.3원으로 71% 상승한 바 있다. A사찰이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간 사용한 심야전기가 222만㎾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에너지 의존이 높을 경우 유지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승철 부소장은 A사찰의 구조와 전기사용량을 심층 분석한 뒤 “1년 심야전기료는 9836만원 수준이다. 주변의 나무연료를 사용하는 화목보일러로 난방시스템을 전환할 경우, 대략 5000만원가량 절감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전통 건축물의 경우에는 단열보강을 통해서도 28.5%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찰의 에너지전환의 방향으로 재생 가능한 나무연료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사찰이 보유한 산림이 약 7억7000만㎡에 이르는 점에서 착안한 대안이다.

그는 “평창군에서 발생한 임부산물 중 실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는 전체의 1% 정도인 20만기가㎈다. 이는 2억3257만㎾의 전기에너지에 해당한다”면서 “이는 사찰 주변 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즉 중대형사찰을 거점으로 지역열병합발전모델을 구축할 경우, 사찰의 지역사회 역할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 절감, 지역 일자리 창출 및 폐기물 처리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열병합발전을 구축할 수 있는 요건은 여의도 규모(2.9㎢) 이상의 임야를 보유해야 하는데, 전국 사찰 중 평창 월정사ㆍ설악산 신흥사ㆍ가야산 해인사ㆍ천황산 표충사ㆍ속리산 법주사 등 19곳이 이 기준에 충족된다. 다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자본규모와 기술운용능력 등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및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 필요성을 제시했다.

△24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회의실에서 열린 '사찰에너지제도 및 소비형태의 고찰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동수 불교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이 사찰들의 전기사용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김동수 불교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전통사찰 전기요금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발제문에서 “전통사찰은 그 공익적 가치에 비해 전기에너지 요금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은 전무하다”면서 전통사찰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토론회 참석 대중들은 이에 대해 설득력 부족과 평등성 원칙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사찰의 경우 난방연료 상당부분을 전기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일반 가구와의 비교시에는 가구 난방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김 상임연구원의 비교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공재적 기능과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면 모든 종교단체, 체육시설, 의료기관,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등도 각각 사회적 기능을 앞세워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할 수 있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실장은 다만 사찰이 사용하는 전기의 경우 “주택용 전기 내에서도 ‘일주택 다가구’를 적용받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역시 “사찰의 취약한 입지조건으로 인한 에너지 접근 차별성을 요금인하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국민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 선택은 절약과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심주완 조계종 기획실 대외협력팀장도 ‘전통사찰 요금제’ 주장에 대해 “문화재 등 유ㆍ무형의 전통문화를 비롯해 민속마을 등 전통문화 활용에도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있지 않다”며 “이런 실정에서 전통사찰만을 고집해 전기요금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위정자와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스님은 이날 토론회 도중 총무원 관계자에게 “사찰 전기요금에 대한 보다 정확한 통계와 에너지 절감 방안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주지연수 등에서 이 같은 조사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최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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